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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로 인한 채용 결격사유 치트키, 박물관으로 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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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gcil
조회 287회 작성일 23-06-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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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채용공고를 보면 결격사유라는 명목으로 자동 탈락하는 조건을 가진 자에 대한 규정이 있다. 몇몇 규정은 국적 문제 등 국가공무원같이 직무 특성상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사례이거나, 성범죄 등 특정 범죄 전과자 또는 징계 이력이 있는 자 등 도덕성에 대한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이 조항만은 이제 사라져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신체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담당할 수 없다고 인정된 자’라는 길고 어떻게 보면 장애인 고용을 법적으로 거절하겠다는 뉘앙스를 담은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한 채용공고를 보면 더 웃긴 것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 응모할 시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아니면 별도의 ‘장애인 채용 리그’를 두어 장애인 응시자끼리만 별도로 경쟁하여 선발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조항이 있으면, 그 문제의 조항은 앞뒤가 맞지 않게 되는 아이러니가 생기게 된다. 장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규정해놓고서 다시 장애인 채용에 가산점을 두거나 장애인을 따로 뽑는 것은 논리학적으로 모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러한 규정이 거의 ‘복사+붙여넣기’ 식으로 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과거에 있었던 장애인 고용을 거절할 수 있는 규정이 있었던 영향이 분명히 이러한 앞뒤 안 맞는 규정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중증장애인을 채용하지 않던 시절의 법령 잔재가 장애인 고용 의무 시대로 접어들었음에도 폐지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직무를 담당할 수 없었다고 하면 아마도 지원을 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리고 그러한 직무 수행을 검증하기 위해 각종 선발장치를 두고 있다.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 실무평가 등등이 있으면 결과적으로 장애 이러한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역량대로 장애인을 채용하건 비장애인을 채용하건 역량대로 평가하면 된다. 그런데 그 조항은 장애인을 공개적으로 채용 거절하겠다는 암묵적인 신호로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장애인 지원자에 대한 가산점 또는 별도의 장애인 채용을 시행하는데도 이러한 조항을 삽입하면 이들이 말하는 규정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중증장애인은 선발하지 않겠다’ 이런 뉘앙스일 수도 있다.

필자도 가끔 생각해보면 이 명제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명제에 의하면, 필자에게 ‘정신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라는 명분을 갖다 붙여서 탈락시켰으리라고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러한 채용 시험에서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면접 라운드까지 진출했음에도 그랬던 것이 또 문제이며, 거기에 필자가 이제 공개하지만, 그 채용공고는 장애인 별도 채용공고였다는 사실도 공개한다. 정확한 탈락 사유는 알 수 없다고 해도, 아마도 그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였을 가능성을 일단 큰 사유로 봐야 할 심정이다.

이러한 것은 장애정도 판정 체계의 모순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특히 발달장애의 경우, ‘경증 발달장애’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발달장애는 ‘중증 발달장애’라고 정리된다. 이렇게 되면 실제 장애 상태는 천차만별이고 필자 같은 사례에서는 ‘성격이 독특한 정도’에서 끝나는 정도가 있음에도, 심사 담당자들은 그런 ‘중증 발달장애’라는 단어를 기계적으로 생각하여 판단할 수도 있다. 발달장애 정도 판정 체계의 문제점인 ‘일방적인 중증 판정에 따른 실질적인 장애 상태 증명 불가’의 문제점에 놓이게 되는 점이다.

오히려 과거 장애인등급제 체계를 잘 아는 관계자가 과거 장애인등급제 체계에 따라 ‘장애 등급’을 보고 판단한 것이 역설적으로 더 형평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의 경우, 과거 장애인등급제 체계에서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모두 구 3급은 실질적 의미의 경증 장애를 의미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결격사유 규정은 앞으로도 장애인 차별을 합리화할 수 있는 젊은 층의 표현을 빌리자면 ‘만능 치트키’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이러한 규정이 장애인에 대한 고용차별로 이어지는 것은 곧바로 이어지는 문제에 가까울 정도이다. 이러한 가운데 장애인 채용이라고 공고를 또 내면 그야말로 모순에 빠지게 되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장애인 고용에 있어서 장애 요소를 빼고 생각하면 역량 기준이 가장 이상적이다. 장애인 고용에 있어서 늘 강조되는 ‘장애를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그에 앞서 각 장애인의 능력을 보라’는 개념이 사실상 원칙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시점인데도 그런 것이다.

물론 신체를 사용해야 하는 직무라면 일부 타당한 지적일 수도 있다. 특히 육체 노동자이거나 시각, 청각 등 특수 신체 능력을 사용해야 하는 업무라면 타당한 지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채용 결격사유를 그러한 문제로 다룰 수 없는 사무직 같은 직무에서도 이러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장애인 차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채용에서 앞으로 ‘신체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담당할 수 없다고 인정된 자’라는 철 지난 결격사유는 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법대로 표현하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 이러한 규정을 특별한 문제도 없는데 버젓이 규정집에 있는 것 자체가 장애인에게는 결국 차별을 합리화 당하는 ‘만능 치트키’가 될 것이다. 그런 ‘치트키’ 따위는 게임을 공정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치트키’는 게임을 쉽게 풀어가기 위해서 가끔 쓰거나 하기 위해 쓰는 것이지, 언제나 쓰라는 것은 아니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몇몇 게임에서는 치트키를 규제하기 위해 특정한 시스템으로 치트키 사용을 억제하거나, 오히려 부적절한 결과를 만들어내거나, 특정 성취를 이룰 수 없게 만드는 등의 규제책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런 ‘신체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담당할 수 없다고 인정된 자’라는 치트키가 걸어야 할 운명의 결말이 무엇인지 우리는 이제 짐작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러한 결격사유를 들먹이는 것은 ‘공정한 게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 ‘치트키’는 이제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많은 장애인 구직자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고 ‘성과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지 않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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