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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자폐인 자조단체 조정자직 임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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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gcil
조회 279회 작성일 23-06-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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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이 있었던 4년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5월 말에 성인 자폐인 자치 자조모임 estas 조정자 직임을 임기 만료로 인해 퇴임했습니다. 지난 2019년에 취임하고 2021년에 재선되었기 때문에 4년 만에 퇴임하는 것입니다.

제가 조정자 직임에 취임했을 때 estas와 자폐를 바라보는 문제는 지금 이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들의 존재를 이제야 겨우 입에 담기 시작할 수 있게 되었던 수준이었습니다. 그 이전에 estas는 장애청년드림팀 활동을 통해서 영국 조직 강화 연수를 다녀올 수 있었고, 그 경험과 습득한 지식으로 더 활동을 풍성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희망만 있었을 뿐입니다.

2019년의 한국 자폐인의 존재는 ‘아는 사람만 아는 시대’였습니다. 그렇게 제1회 오티즘 엑스포를 치러내고, 우리는 더 많은 존재를 이 세상에 증명하기 위해 노력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전 세계가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estas까지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동력이 조금 약해졌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특히 비대면 모임을 소집한다는 시도 자체가 모험 같은 시도였습니다. 그 시점 즈음에 다른 발달장애인 집단에 물어보니 자신들은 비대면 모임을 치르지 못했거나 겨우 시도했을 정도였다고 들었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확장과 위기를 동시에 겪어나가며 estas는 많은 발전을 이뤄내고, 점점 자폐인 집단의 한 축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자폐 관련 집단도 estas를 비롯한 당사자 집단을 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함께웃는재단은 estas를 의식하는 행동을 하기도 했고, 지난 2022년 제2회 오티즘 엑스포에서는 아예 estas를 의식하는 조치나, 제 역량에 많이 기대어 당사자 집단을 불러오는 등의 일이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관계자가 나중에 페이스북에 ‘당사자와 우리 사이의 가교를 맡아준 장지용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올릴 정도였으니까요.

그 당시 처리할 업무가 다 끝났고 이제 모객 업무만 잘 하면 된다는 연락이 왔을 때, 저는 이 소식을 전화로 듣고 나서 제집의 서재 겸 침실에 있는 침대에 몇십분을 누워서 일종의 ‘번 아웃’을 경험했습니다. 당사자들에 대한 많은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나서 거의 쓰러진 것이나 다름없어서, 결국 그 날 블로그 일기장에는 프랑스 해군의 방공구축함 사진을 올려서 ‘내가 다 막아줘야 했다’라고 적었을 정도입니다. 그때 엄청난 전화 회의와 회사 일도 하고 이 일까지 하는 등 대단히 복잡한 일들을 겨우 치러낸 것입니다. 지난 2022년 제2회 오티즘 엑스포 준비를 위한 중재 업무가 제 4년 조정자 임기 기간 중 제일 힘들었었던 일이었습니다.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자폐와 신경다양성 행성이 생겨나며, 우주가 생성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우주가 생겨난 것입니다. 그리고 ‘은하계 저 너머’의 ‘외국 자폐인 집단 행성’들과 연락이 이뤄지는 등, 점점 자폐인들의 세계는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22년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영을 계기로 한 대 활동 기간이라 estas는 이후에 이 기간을 묶어서 ‘우영우 투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단히 많은 주목도 받았고, 저를 비롯한 많은 estas 회원들이 각종 인터뷰, 대담 등에 출연하여 자폐인의 존재와 현실에 대해 ‘멍석 깔린’ 계기로 세상 앞에 나서고 확인받게 되었다는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제가 취임했을 때와 퇴임했을 때의 한국 자폐인들의 존재는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집니다. 이제는 자폐성장애가 무엇인지 매우 길게 설명하는 것이 줄어드는 등, 인식 증대와 개선이 이뤄졌고 성인기 자폐 문제가 이제야 본격적인 쟁점이 된 것은 estas의 노력도 나름 있었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estas를 처음 결성했을 때도 의식적으로 ‘한국 사회에 어른이 된 자폐인들이 분명히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야심 찬 공약은 이제 많이 이뤄졌습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뿌리내리는 것이 과제라고 하겠습니다. 

해외와의 연계 가능성에 주목하고 해외와 연대 노력에 신경 쓴 것도 estas의 최근 성과라고 하겠습니다. 이 지구에 있는 자폐인들의 우주 세계에 ‘대한민국’이 자리 잡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estas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estas는 세계 자폐인 집단에 ‘대한민국의 자폐인 집단’이라고 알려진 셈이 되었습니다. 그 여파로 estas는 해외 자폐 관련 단체와 연합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제가 4년간 조정자 직임을 맡으면서 estas를 통해 한국 자폐인들의 세계를 예전보다 훨씬 크게 확장하고, 대중들에게도 그 존재를 뿌리내리게 했습니다. 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앞으로도 퇴임했다 해도 estas에 저는 남을 것이며 계속 한국 자폐인들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큰 노력을 했고, 이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한국 자폐인들의 세계는 많이 넓어졌고, 이제 세상에 뿌리내리는 것이 과제라고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estas를 통하여 한국 자폐인의 존재를 더 드러낼 것입니다. 이것이 이제 공식적으로 결성 10주년(2013년 9월 13일 결성)을 맞은 estas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예전보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이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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