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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대하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서 기분 좋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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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gcil
조회 284회 작성일 23-04-0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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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정을 받았을 때 기분은 ‘거대하고 긴 터널에서 겨우 빠져나왔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매우 긴 세월의 투쟁 끝에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매우 뿌듯했던 것입니다.

사실 저는 2009년, 즉 지금으로부터 한 15년 전 즈음인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자폐성장애에 이어 조현병의 요소도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약간은 ‘망상’ 이런 쪽에 가까웠다고 하는데 어쨌든 환청 이런 것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2009년부터 약물 복용을 통해 본격적으로 조현병 요소를 줄이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1년은 매우 급성에 가까웠기 때문에 일단 일상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되돌아오는 데는 약 1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첫 진단 후 1년인 2010년에는 대학교도 교수님들마저 ‘1년 휴학하면서 요양하고 오도록 하라’는 권고에 1년 휴학을 하고 요양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때 재미있었던 기록은 처음으로 혼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받은 회복 시작을 알리는 진단이 바로 정신건강의학과 주치의의 ‘복학 지시’였습니다.

그렇게 2011년 대학교 3학년으로 복학한 뒤에는 대학 시절에는 강의를 일부러 주중 하루를 아예 완전히 비워서 그 날에 정신건강의학과 격주 통원을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수강신청 시즌이 되면 수강신청 결과를 의사에게 보고하곤 했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빈 날이 이 요일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말입니다.

대학교에서 전공과 교양 공부도 하고 정신 상태가 되돌아오면서 우여곡절 끝에 2013년 2월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게다가 운 좋게도 2013년 2월 졸업식 당일에 한국장애인개발원 합류 요청이 들어오면서 올해로 10년째인 직장생활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의미는 이제 무조건 토요일에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는다는 뜻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였다고는 하지만 정신과 상담은 계속되었고 그러면서 정신과 상담 주제는 학업에서 직장생활과 사회생활로 변화했고 제 역사에서 ‘습격 사태’라고 부르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가했던 이들과 갑작스러운 재회와 학교폭력 가해 주동자의 결혼과 뒤이은 ‘공황 사태’라는 양대 위기도 어떻게 극복하긴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이러기를 다시 10년이 지났습니다. 마치 나이테에 줄이 그어지듯이 그렇게 10년이 지났습니다.

10년이 지난 뒤 약물 문제도 있고 약간은 매너리즘적인 상담이 되면서 저를 그때까지 담당한 의사는 대학병원으로 전원(轉院) 할 것을 권했고 저도 안 그래도 이제는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할 것 같아 수소문 끝에 중앙대병원으로 전원(轉院)하게 되었고 이 시점은 2022년 6월이었습니다.

중앙대병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만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여 한 달에 한 번만 상담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신 이제 더 깊고 자세히 제 상태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폐성장애, 조현병을 모두 담당할뿐더러 추가로 직장생활에서의 정신건강 문제도 담당하고 있다 해서 가장 급했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어서 최적의 선택을 했다고 지금도 자부합니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난 뒤, 조현병 상태가 이제는 없어진 듯해서 살짝 의사에게 질문해보니 한가지 단어를 적은 쪽지를 주면서 “이제 큰 위기에서는 벗어났어요!”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의사는 그 단어를 이해 못 할 것 같아서 그 단어를 종이쪽지에 적어서 제게 건네줬습니다. 그 쪽지에는 ‘관해’라는 단어가 적혀있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의학백과사전을 찾아보니 ‘관해’라는 뜻은 증세는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많이 개선된, 완치라고 말할 수 없어도 상당한 부분이 해결되어 상태가 없는 것과 비슷해졌다는 의미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즉, 의사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이제 상태가 없는 것과 비슷해졌다고는 말해준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조현병은 평생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완치’라는 단어는 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제 상태가 많이 사라졌다는 의미였습니다. ‘망상’이 거의 없어지고 판단 상태가 좋아졌다는 의미였습니다. 다만 의사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며, 앞으로도 2009년부터 시작한 약물 복용은 계속될 것이며 앞으로도 상담을 통해 상태 유지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속적 관리만이 ‘재발’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집에서는 이것이 대단히 중요한 변화임을 잘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만, 교회 등 주위에서는 이제 한 시름 놓을 수 있게 된 점을 기쁘게 여기고 축하해줬습니다. 진정을 위해 노력한 것을 집에서는 잘 몰랐지만, 상당 부분 해결된 것에 안도하지 않은 집에서의 생각이 좀 아쉬울 뿐입니다.

일단 거대한 조현병 증세의 늪은 벗어났습니다. 이제는 상태 유지에 더 집중하면서 ‘안정’을 이제 해결 과제로 높이 올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안정이 목표입니다. 조현병 증세의 재발은 이제 다시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약물 복용을 게을리하지 않고 상담도 착실히 진행하여 이 안정을 뒷받침할 수 있게 했으면 합니다.

지금은 거대하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서 기분 좋은 상태입니다. 안정이라는 길에 접어들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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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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